소득이 사라진 시대, 무엇이 혁명인가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일해서 버는 돈”이 전부가 아닌 시대에 들어섰다.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반드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규직이라고 해서 미래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소득혁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기존의 ‘노동→소득→생존’이라는 공식이 흔들리는 지금, 소득에 대한 전혀 다른 상상을 제안하는 책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이렇게 묻는다. “아니, 일하지 않고 어떻게 돈을 벌어?” “기본소득이 과연 가능해?” 하지만 그 질문 자체가 이미 바뀌고 있는 세상을 잘 모른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AI, 자동화, 디지털 기술이 확장되면서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영역은 점점 줄고 있다. ‘노동’이라는 행위는 예전처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자본에 따라 점점 더 제한되는 행위가 되어간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는 오래된 윤리로 살아간다. 실제로 노동은 신성한 대접을 받고 노동을 통하지 않은 소득은 불로소득이라고 불리며 쉬운 수익으로 대접받거나 좀 한심한 부류로 폄하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노동을 하지 않으면 부끄럽다’, ‘노동 없는 소득은 도덕적이지 않다’는 믿음은 사실상 고용 중심 사회의 산물일 뿐이다. 우리는 여전히 노동중심적 가치에 머물러도 괜찮은 걸까?
『소득혁명』은 그런 믿음을 흔들어 놓는다. 저자들은 말한다. “소득은 생존의 조건이지 인간의 자격이 아니다.” 이 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지금처럼 불안정한 일자리와 수많은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할 기준이다.
이 책이 말하는 ‘혁명’은 급진적인 붕괴가 아니다. 노동이 아닌 방식으로도 소득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상상, 그 상상을 통해 사회적 연대와 개인의 삶이 함께 유지될 수 있다는 믿음, 그게 바로 이 책이 말하는 소득혁명의 본질이다.
우리가 지금 어디쯤에 와 있는지, 무엇이 무너지고 있고 무엇을 새롭게 그릴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이 서두는, 지금까지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다고 믿어온 것들이 사실은 구조적 선택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기본소득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기본소득이라는 개념 앞에서 사람들은 흔히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좋긴 한데, 그 돈은 어디서 나오나요?” 이 질문은 합리적이지만 동시에 기존 소득 구조에 갇힌 사고의 흔적이기도 하다.
『소득혁명』은 이 질문에 대해 단순히 세금을 더 걷자는 식으로 답하지 않는다. 기본소득은 단지 “더 많이 가진 사람에게서 더 걷자”는 논리가 아니라 돈이 ‘어디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다시 보자는 제안이다.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고 AI와 알고리즘이 부를 창출하는 시대에 그 부는 지금 누구에게 돌아가고 있을까? ‘일’이라는 행위를 거치지 않아도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구조가 생긴 지금 우리는 소득의 개념을 노동의 결과로만 볼 수 없다.
기본소득은 부의 방향을 바꾸는 일이라 할 수 있다.이미 존재하는 공공의 가치들—토지, 데이터, 인프라,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특정 자본이 독점하지 않고 사회 전체로 순환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득혁명』은 기존의 복잡한 복지 시스템을 보다 단순하고 보편적인 기본소득 체계로 전환하자고 제안한다. 이는 행정 비용과 중복 지원 문제를 줄이는 동시에 시민 개개인이 최소한의 선택지를 확보할 수 있게 만든다.
기본소득은 누구를 위한 제도일까? 단지 저소득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일시적 실직자, 육아와 간병으로 경력에서 이탈한 사람들까지 누구든 불안정성의 경계에 놓인 지금 기본소득은 보편적 사회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기본소득은 단순히 ‘돈을 받는 제도’가 아니다. 내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에게 다시 돌려주는 구조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아도 되는 삶”,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조건” 그게 기본소득이 진짜로 지켜내고자 하는 가치다.
『소득혁명』은 조용히 묻는다. “우리는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 보다, 누구를 위한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기본소득에 대한 반응은 양극단을 오간다. 누군가는 “그거 하면 나라 망한다”라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드디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길”이라고 기대한다. 그만큼 기본소득은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이질적이고, 낯선 상상이다.
『소득혁명』은 이 개념을 단지 경제정책의 대안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기본소득은 ‘누군가를 위한 특별한 제도’가 아니라, 지금 이 사회에서 누구든 마주할 수 있는 불안에 공통으로 대응하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이야기할 때 늘 “일도 안 하고 돈을 받는 사람”을 상상한다. 게으름, 불공정, 무임승차 같은 단어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저자들은 되묻는다. 정말 아무도 일하지 않고 기본소득에만 기대어 살 수 있을까? 혹은, 지금의 사회 시스템은 정말 공정한가?
불안정한 일자리에 놓인 프리랜서, 언제든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는 직장인, 육아와 간병으로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수많은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은 ‘최소한의 안정’을 제공하는 사회적 안전판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기본소득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구조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붙들지 않아도 되는 삶, 자기 시간과 존엄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최소한의 기반.
그렇다면 기본소득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이 책은 조용히 말한다. 당신이 언젠가 노동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기본소득은 바로 당신을 위한 제도라고 말이다.
소득의 전환이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
우리가 기본소득을 상상할 때 자주 빠뜨리는 게 있다. 바로 “삶의 질”에 대한 상상이다. 『소득혁명』은 기본소득이 단지 생계 지원을 넘어서 삶의 방식, 관계, 자율성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먼저 바뀌는 건 ‘시간’이다. 억지로 버텨야 했던 노동에서 벗어나 자신의 리듬에 따라 삶을 조절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누구의 허락 없이도 쉴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이건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존엄을 회복하는 시간이다.
두 번째는 ‘관계’의 변화다. 지금 우리의 많은 인간관계는 사실상 생존과 연결되어 있다. 불편한 관계를 끊지 못하고 위계에 복종하며 감정을 억누르는 이유도 경제적 의존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이 구조를 바꾼다. 경제적 독립이 가능해질 때 관계도 선택이 될 수 있다. 부당한 요구에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고, 원하지 않는 연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변화는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던져볼 수 있는 가능성이다. 지금까지는 “먹고사는 문제”가 우선이었다. 하지만 최소한의 안정이 주어지면 사람들은 비로소 자신만의 삶을 기획할 수 있다.
『소득혁명』은 단지 돈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주체적으로, 조금 더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삶의 질서를 상상해보자는 제안이다.
기본소득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당신은 단지 일하는 존재가 아니라 살아 있는 존재로서의 시간을 누릴 자격이 있다.”
소득의 미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실험
『소득혁명』은 단순히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외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너무나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질문— “일하지 않으면 먹지 말라”는 고정관념을 조심스럽게 되묻는 시도다.
기본소득은 분명 매력적인 제안이다.기존의 패러다임을 깨는 발상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정말 가능할까?’, ‘누군가는 더 부담해야 하는 거 아닌가?’, ‘일하지 않아도 괜찮아지는 세상은 정말 좋은 걸까?’라는 합리적인 의문도 따라붙는다.
이 책은 그런 질문들을 무시하지 않는다. 기본소득은 아직 완성된 답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실험해봐야 할 새로운 사회 구조라고 말한다. 불안정한 노동 시장,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축소, 자산 불평등이 심화되는 지금— 기본소득은 단지 생존의 대안이 아니라 존엄한 인간답게 살기 위한 전환점일 수 있다.
물론 이 제도에도 한계는 있다. 누군가는 기본소득이 게으름을 유도할까 걱정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경계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정교하게 설계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논의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지금의 소득 구조가 과연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는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더 나은 상상을 시작할 용기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소득혁명』은 그렇게 말한다. “소득은 권리이며,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조건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그 가능성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시대에 한 걸음 가까이 와 있는 건 분명한 것 같다. 소리 없는 혁명이 이미 우리 근처에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