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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리뷰 (감정 바라보기, 관계의 거리 두기, 자기회복)

영원한 우주 2025. 4. 19. 20:36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는 육아서로 분류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감정을 조용히 들여다보고 회복하는 한 사람의 다정한 선언에 가깝다. 부모가 아니더라도, 관계에 지친 이들에게 깊은 위로를 건네는 감정 회복 에세이다.

 

스스로를 다정하게 볼 수 있게 돕는 독서 이미지

1. 감정에 반응하지 않고 바라본다는 것

사람 사이에서 힘든 순간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별말 아닌 한마디에 상처받고, 표정 하나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다. 특히 가까운 관계일수록, 그 반응은 더 크고 복잡하게 밀려온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감정에 곧장 반응해 버린다.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에서 이은경 작가는 그 익숙한 ‘즉각 반응’을 멈춰보자고 제안한다. 감정은 느끼되, 그 감정에 휘둘려 곧바로 반응하지 않는 것. 그건 무시하는 게 아니라, 나를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한 선택이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감정과 행동 사이의 간격 확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분노가 올라올 때, 바로 말을 내뱉지 않고 3초간 숨을 고르는 것. 서운함이 생겼을 때, 그 감정을 붙잡고 잠시 멈추는 것. 이 ‘멈춤’은 회피가 아니라, 감정의 흐름을 관찰자로서 이해하려는 지적 태도다.

이은경 작가는 말한다. “감정은 언제나 우리 안에서 일어나지만,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선택할 수 있다.” 이 말은 단순히 감정을 억제하라는 뜻이 아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진짜 내가 원하는 반응으로 이어지는지를 묻는 과정이다.

관찰자가 된다는 건 감정의 대상에서 한 발 물러서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이 내 안에서 어떤 의미로 머무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쉽지 않지만, 그렇게 ‘즉각적인 감정 반응’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때 우리는 더 이상 상처를 반복하지 않게 된다. 그건 냉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감정을 대하는 일이다.

감정은 반사적으로 반응하게 되어 있다. 누군가의 말투, 표정, 한숨 하나에도 우리는 마음이 출렁이고, 그 출렁임에 곧바로 말이나 행동으로 반응해 버리기 쉽다.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에서 이은경 작가는 이런 순간을 마주했을 때 ‘감정 위에 올라타는 것이 아니라, 한 발자국 떨어져 그 감정을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건 감정을 무시하라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감정을 더 진지하게 대하고, 그 감정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충분히 느껴보자는 제안이다.

작가는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관찰자 훈련’을 제안한다.

  • 1단계: 감정 일기 쓰기 – 지금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기. 예: “나는 지금 외롭다.” “방금 말투에 서운했다.”
  • 2단계: 감정의 배경 묻기 – 왜 이런 감정이 일어났는지 생각해보기. 예: “왜 외로웠을까?” → “무시당했다는 기분 때문이야.”
  • 3단계: 행동은 잠시 보류하기 – 당장 말하거나 반응하지 않기. 예: 상대에게 따지는 대신, 감정을 충분히 느끼며 스스로 위로하기.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감정을 바로 표현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감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감정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남편이 퉁명스럽게 대답했을 때 예전의 나는 “왜 그렇게 말해?”라고 바로 반응했지만, 관찰자의 시선을 연습한 후에는 ‘저 말투에 내가 왜 서운했지?’ ‘이게 반복되는 감정이라면, 그 안에 어떤 내 상처가 있을까?’를 묻게 된다. 그 질문 하나가 바로 반응해 버리는 습관을 막아주고, 나를 좀 더 안전하게 보호해 주는 감정적 간격이 된다.

이런 ‘감정과 나 사이의 거리’는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내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경계다.

감정에 반응하지 않고 바라본다는 건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더 깊이 있게 존중하는 자세다. 바라본다는 건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고, 선택할 수 있다는 건 더 이상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감정의 주인이 되는 길로 들어서는 시작이다.

2.관계를 지키기 위한 거리, 나를 지키는 경계

가까운 관계일수록 우리는 ‘나’를 쉽게 잃는다. 가족, 연인, 오래된 친구와의 관계 속에서 나는 얼마나 자주 나를 내려놓았을까. ‘이해해 줘야지’, ‘한 번쯤 참자’, ‘괜히 내가 예민한 건 아닐까’ 그렇게 몇 번을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관계는 남아 있는데 내 감정만 빠져나가 버린 자리에 내가 덩그러니 앉아 있는 걸 보게 된다.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에서 저자는 그런 순간이 올수록 ‘조금 멀어지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관계를 포기하라는 게 아니라 내가 지워지지 않도록, 감정의 경계를 명확히 다시 그려야 한다는 뜻이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정서적 분화’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상대의 감정에 내가 삼켜지지 않는 상태. 상대가 화를 내도, 그 감정을 내 책임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내 안의 감정을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다.

상대가 날카로운 말투로 이야기했을 때 예전에는 곧장 움츠러들었지만 지금은 이렇게 생각해본다. “지금 저 사람 기분이 안 좋은 것 같네. 근데 그건 내 잘못은 아닌데.” 이 한 줄의 생각이 내 감정을 지키는 방패가 되어준다.

경계라는 단어가 낯설 수도 있다. 너무 냉정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경계보다 더 다정한 도구는 없다.

우리는 종종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자신을 무너뜨린다. 하지만 그건 좋은 관계가 아니다. 진짜 좋은 관계는 서로의 경계를 존중하면서도 그 안에서 편안히 머물 수 있는 거리감을 가진 연결이다.

관계를 지키기 위해 애쓰는 것도 좋지만 나를 먼저 지켜야 그 관계가 진짜 의미 있는 연결로 남을 수 있다.

이은경 작가는 말한다. “나는 그 사람의 감정을 수용하는 데는 익숙했지만 그 감정을 내 감정처럼 짊어지는 건 너무 오래된 습관이었다.”우리는 사랑하고 싶었고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기 때문에 늘 ‘이해하려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상대는 나에게 감정을 쏟아놓고 정작 내가 감정을 표현하면 그걸 ‘예민하다’ 거나 ‘냉정하다’고 판단한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내가 지금 짊어지고 있는 이 감정, 정말 내 것일까?” 상대가 투사한 감정까지도 내가 짊어져야 할 이유는 없다. 정서적 분화는 멀어지자는 말이 아니다. 상대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그 감정에 반응하지 않고 바라보는 태도’다. 그 감정이 내 것이 아님을 구별하고 내 안의 감정에 먼저 귀를 기울이는 선택이다.

“감정에 반응하지 않는 건 냉정해서가 아니라, 내가 너무 많이 다쳐봤기 때문이었다.” 이 문장처럼 반응하지 않는 태도는 나를 보호하는 ‘작은 방패’일 수 있다.

관계 안에서 늘 내가 맞춰야 하고, 상대는 자신의 반응을 ‘성격’이라 정당화할 때 그 구조는 이미 균형을 잃은 것이다. 그 불균형 속에서 지켜야 할 것은 관계보다 먼저 내 감정의 온도다.

내가 다정한 관찰자가 되겠다고 마음먹는다는 건 이제는 나를 잃지 않으면서 관계를 맺고 싶다는 선언이다.

3.다정함은  나를 회복시키기 위한 것

다정하다는 말은 참 좋은 말 같았지만  그 다정함이 늘 나를 소모시키는 방향으로만 향할 때가 있다. 관계를 지키기 위해 참았고 서운해도 웃었고 화가 나도 말하지 않았다. 그게 예의와 배려이며 어른스러운 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해 왔다.

하지만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는 그런 다정함이 결국 내 마음을 가장 먼저 해치고 있었다고 말해준다.

이은경 작가는 말한다. “다정함은 타인을 위한 미덕이 아니라, 내 감정을 지켜내기 위한 내부의 태도다.”

그 말은 처음엔 조금 낯설었다. ‘내가 다정하다는 건 남에게 친절한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해 온 우리는 정작 자신에게는 다정하지 못했다. 내 감정이 무너져가도 괜찮다고 여기고 상대의 감정을 우선하며 내 마음을 나중으로 미뤄두는 걸 습관처럼 반복해 왔다.

하지만 진짜 다정함은 ‘지금 나는 어떤 감정인지’ ‘이 상황에서 나는 안전한지’ ‘지금 이 관계가 나를 존중하고 있는지’를 묻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때로는 관계를 잠시 멀리하는 것조차 다정함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 그건 상처 주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한 거리 두기다.

이은경 작가는 말한다. “나를 지키는 멀어지기는 관계를 완전히 끝내자는 게 아니라 나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냉정해지기 위해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나를 소모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관계를 바라보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그 다정함이 ‘타인을 위한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먼저 존중하고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 되었으면 좋겠다.

관계를 망치고 싶어서 멀어지는 게 아니다. 나는 이제 관계를 망치지 않기 위해 나부터 지키기로 마음먹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나를 위한 다정함’은 실제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이은경 작가는 말한다. 다정한 사람은 착한 사람이 아니라, 자기 마음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이라고.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건 ‘감정 기록하기’다. 지금 내가 어떤 기분인지, 왜 그런 감정이 생겼는지, 그 감정이 내 안에서 어떤 모양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를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적어보는 것이다. 그저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말에 서운했다.” “혼자 있고 싶었다.” 이렇게 말해보는 것만으로도 내 감정을 내가 먼저 알아주는 경험이 된다.

또 하나의 방법은, 즉각 반응하지 않는 연습이다. 상대의 말이 마음에 걸려도, 바로 말하지 않고 한 박자 쉬어가는 것. 문자가 와도 곧바로 답장하지 않고 지금 내 마음이 어떤지를 먼저 들여다보는 것. 감정에 곧장 실려 나가지 않고, 그 감정을 바라보는 나와의 거리를 잠시 확보하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필요로 하는 거리를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다. “오늘은 조금 혼자 있고 싶어.” “지금은 대화가 힘들어.” 이런 문장은 누군가를 밀어내려는 말이 아니라 내가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작은 보호막이다.

이런 다정함은 겉으로 보기엔 조용하고 사소해 보이지만, 내 감정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정중하고 단단한 마음의 태도다.

4. 결론:『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가 남긴 것

이 책은 우리가 감정에 끌려가지 않고, 감정과 함께 머무는 법을 가르쳐준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 흔들리기보다는 내가 지금 어떤 감정 안에 있는지 조용히 바라보는 연습을 하자고 말한다.

이은경 작가의 글을 읽으며 나는 처음으로 관계 안에서도 내가 지켜져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다정한 사람이 되는 건 더 많이 참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나를 잃지 않는 방식으로 연결을 유지하는 사람이 되는 일이었다.

나는 여전히 관계를 놓고 싶지 않다. 사람을 끊고 싶은 게 아니다. 다만, 더는 감정의 무게를 혼자 짊어지며 애써 웃는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을 뿐이다.

예전의 나는 상대를 먼저 살폈다. 상대의 기분, 눈치, 말투를 먼저 고려했고 그 감정에 자연스럽게 나를 맞췄다. 나보다 상대가 더 불편하지 않도록, 내 감정을 뒤로 미뤄두는 일이 너무 익숙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진짜 다정함은 누군가에게 계속 맞춰주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을 무시하지 않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제 나는 그 다정함의 방향을 조금 바꾸려 한다. 상대에게 집중하던 시선을 조금은 나에게 돌려보려 한다.

어떤 관계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채워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대신, 나는 그 틈을 내 안의 이해로 덮으려 했다. 그러다 보니, 결국은 내 감정만 비워지는 날들이 많았다.

이제 나는 나를 향한 이해심을 더 키우고 싶다. 내가 힘들어할 때, 내가 불편한 감정을 느낄 때, 그 순간을 나 스스로 인정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는 다짐은 사람을 밀어내는 선언이 아니다. 그 말은 오히려 “나는 나를 아끼면서, 관계도 다치지 않게 안고 싶다”는 가장 따뜻한 의지일지도 모른다.

앞으로도 관계 안에서 흔들릴 수 있다. 그건 너무나 인간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흔들림 속에서도 나를 다그치지 않고, 나에게 다정하게 말 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살아간다면 다정함은 더 이상 누군가를 위해 참는 태도가 아니라, 나와 타인 모두를 위해 균형을 지키는 따뜻한 기술이 되어줄 것이다.